진짜 '죽이는 장애인 감면 이야기'

관리자 | 2012.03.05 17:48 | 조회 1168

전기요금, KTX 할인 등을 바라보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3-02 12:37:45
우리는 쇼킹한 이야기나, 솔깃한 이야기, 기발한 이야기들을 죽이는 이야기라고 한다.

날카로운 날이나 모서리를 죽인다고 하면 제거하거나 무디게 하는 것이기만, 시간을 죽인다라고 하면 소비해버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죽이는 이야기는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생존의 이야기일 게다.

삶의 현장에 '살리는 이야기'는 없고 '죽이는 이야기'만 있다.

전력공사가 장애인에게 20%의 요금감면해 주던 것을 올해부터는 8천원 한도까지만 감면으로 바꾸어버렸다.

가정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이 300kw/h로 이에 해당하는 종전의 감면 20%를 정액제로 면제해 그 이하를 사용하는 사람은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과연 감면제 개편으로 한국전력은 아무런 이득이 없고 장애인들에게 주는 혜택의 재분배만 있는 것인가?

언제부터 한국전력이 장애인복지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고, 전문가였는지 모르겠다. 없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느니, 에너지 절약정책이다하면서 하나의 제도 변화에 이렇게 많은 이유와 토를 달지만, 진실은 따로 있다.

먼저 300hw/h는 요금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최소 단위로 이 것이 평균이라는 말은 신뢰할 수 없다.

어떻게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최소 단위가 국민 가정의 평균이란 수치와 일치할 수 있으며, 국민 평균과 장애인 가정의 평균이 일치하는지 더 이상의 자료를 거부하면서 믿으라는 얘기는 신뢰할 수 없다.

다음으로 전기 요금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싸서 전력이 부족하게 되어 절약 차원에서 이 정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아 식품비와 전기, 수도요금, 교통비를 충당하면서 살아가는 장애인에게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다른 에너지를 선택하라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냥 돈을 더 내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추워서 얼어 죽든지 돈을 더 내든지 하라는 수전노의 태도가 분명하다.

그리고 핵심적인 것은 전기요금은 누진제라는 것이다. 사용 전기량에 따라 요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감면 한도를 정한 것은 누진되는 요금은 일체 감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평균을 기준으로 하였다 하더라도 교묘히 한국전력의 수익 증가가 숨어 있는 것이다. 바로 장애인 복지나 국가 에너지 시책을 빙자한 숨은 뜻이 여기에 있다.

없는 사람이야 전기장판 하나로 겨우 살아가는데 전기를 아끼지 위해 더 비싼 보일러를 틀 이유가 없다. 그리고 20% 감면해 8천원에 해당되는 월 전기요금 4만원 이하 사용자는 어차피 8천원까지는 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정액제는 오히려 에너지 절약과 반대되는 현상을 유발한다.

겨울 내내 독감에 걸려 살면서도 전열기 하나 틀지 못하는 사람에게 절약하도록 목을 죄는 것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그래도 여러 가지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시책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생활할 수 있었다. 이제 그러한 정책들을 점점 줄여 수급비만으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살기 싫으면 죽으라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고, 이는 최근 장애인 자살율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등록 장애인 가구가 200만 가구이면 전국의 10%에 해당하며, 그 중 감면에 대하여 혜택을 포기한 사람이 절반 정도 된다고 치더라도 100만 가구당 1만원만 더 요금을 거두어도 100억이 늘어난다.

겨울만 요금제를 실시하는 것도 아니고, 누진제로 인하여 소비량이 많은 가정은 훨씬 많은 금액이 늘어나므로 연간 1천억 정도의 수익이 더 생긴다. 결국 활동보조니 장애인 연금 대상 확대니 하여 추가로 늘어난 장애인 예산을 이렇게 충당함으로써 사실상 장애인 예산은 하나도 늘어나지 않은 것이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예산을 늘리면서 기재부와 다른 혜택을 줄이는 것으로 합의를 하였거나, 아니면 한국전력의 로비성 협의 과정에서 힘없이 당한 것이라 생각된다.

정부는 새로 만들어지는 제도 중 조금이라도 생색을 낼 제도이면 장애인 당사자 단체를 불러 회의를 하고 설명을 하며 자신들의 노력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렇게 축소되는 제도는 소리소문 없이 의견 수렴 한 번 없이 전격적으로 개정해 버린다. 이미 법이나 규정이 바뀌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리고 변경된 것에 이의를 말한들 이미 소용이 없게 된다.

이는 문민정부의 LPG감면 취소, MB정부의 공공요금 감면 축소가 맥과 규모를 같이 하고 있다.

KTX를 장애인이 이용할 경우 50% 할인해 주던 것도 4~6급 장애인은 할인율을 30%로 낮추고, 그것도 주중에만 가능하도록 하여 공휴일이나 주말 감면 혜택은 아예 없애버렸다. 대한항공도 5, 6급 장애인에 대한 50% 감면을 30%로 축소시켰다.

공공요금이나 교통 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공기업이나 사기업들이 적자의 원인을 장애인에게 돌리며 장애인 혜택을 줄여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왜 장애인은 주중의 한가한 빈 좌석이나 채우며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식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장애인 단체들은 항의도 하고 공문도 보내는 등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이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2의 할인혜택은 개정돼버렸다. 아무리 항의해도 법은 개정되자마자 다시 환원되지 않을 것이며, 수익과 관계돼 작심하고 한 개정을 공기업이 양보할 리 없다.

tv시청료 인상에 대하여 그렇게 많은 국민의 저항을 받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금액보다 몇 배나 더 큰 전기요금 할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못한 채 넘어갔다. 너무나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의 자부담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최대 4만원 정액제에서 최대 8만원 정액제로 늘리더니 경제 수준별 비율제를 적용하였다.

과거 32만원의 혜택을 받으면서 8만원을 부담하는 경우, 자부담률이 25%나 되어 이를 조정한다고 하여 최대 자부담율이 15%를 넘지 않게 하였다고 하지만, 장애인의 자부담은 최대 13만까지 늘어나는 결과가 생겼났다.

본인부담금 변동도 증가 22.4%, 감소 31.6%로 겉으로 보기에는 더 많은 사람이 감소된 것처럼 위장되어 있으나 문제는 축소는 불과 몇 천원이고 증가는 1~2만원대가 많아 실제적으로 정부 수익은 50억이나 늘어났다.

감면을 늘려 달라는 장애인의 요구를 들어 주면서 사실상은 자기네 수입을 늘리는 기회로 삼는 정부의 기술이 대단하다.

최근 늦게서야 이렇게 장애인 감면 제도가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된 장애인들이 장애인 단체에 전화를 하여 ‘너희들이 도대체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있으나 이는 밖에서 당하고 식구에게 화풀이하는 격이다.

진짜 장애인을 죽이는 이러한 이야기를 쓰고 나니, 힘 없는 장애인이 항상 가장 먼저 희생을 당하는 독가스실의 카나리아처럼 시험 대상인 것같아 울분과 슬픔이 함께 느껴진다. 경제적 위기의 탓을 장애인에게 돌리는 매몰찬 사회가 역겹다.

이 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며, 국가 차원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무시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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