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여성들

관리자 | 2012.02.22 10:38 | 조회 831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여성들>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10-15 12:16




(청주=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최근 지체장애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건수가 급증하는 등 장애 여성들이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는 처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 관련 법적 장치도 허술해 이들에 대한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성범죄에 노출된 장애여성들 =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왜소증과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친동생(21)을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성폭행한 김모(25) 씨와 같은 마을에 살면서 이 여성을 2년에 걸쳐 수차례 윤간한 유모(25)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특히 김 씨는 2003년 8월부터 4년간 자신의 집에서 동생을 수십 차례 성폭행했고 심지어 자신의 마을 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성의 아버지는 정신지체장애 2급으로 같은 처지에 있었고 어머니의 경우 20여년 전 딸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끊겨 이 여성은 사실상 집안의 유일한 비장애인인 오빠에게 내맡겨져 방치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앞서 충북 경찰은 지난달 14일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의붓딸(18)을 3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50대 남성을 구속했다.

이 외에도 올해 장애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언론에 보도된 것만 전국적으로 14건으로 조사돼 장애여성들이 성범죄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장애여성 성폭행 왜 급증하나 = 여성가족부 인권보호팀이 2006년 전국 각 성폭력상담소 상담건수를 집계한 결과 11만9천655건 중 17.3%인 2만763건으로 13만2천201건 가운데 1만692건(8%)을 기록한 2005년에 비해 배 이상 급증했다.

충북장애인여성연대 성폭력상담소 권은숙 소장은 장애여성 성폭력이 급격히 증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장애여성의 여성성(性)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지적했다.

권 소장은 "장애여성은 우리 사회 가장 소외된 곳의 가장 왜곡된 존재"라며 "최근들어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이런 치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소장은 "장애여성의 인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회 분위기 속에 이들은 비장애 남성들에게 접근이 용이한 성적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신고율이 낮아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민병윤 소장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고율은 3%로 비장애인 신고율의 절반 밖에 안된다"며 "장애인 상대 성범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신고율은 오히려 정체 상태"라고 말했다.

 

◇ '하소연할 곳' 없는 여성장애인 = 충북에서 최근 발생한 장애여성에 대한 근친 성폭행 사건은 2건 모두 가족 혹은 이웃주민이 아닌 시민단체에 의해 경찰에 알려졌다.

이는 피해 여성이 일부러 시민단체를 찾아가 상담 등을 통해 이를 알리지 않는 한 피해 사실조차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 여성들이 치료를 받으며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여성장애인 전용 쉼터'는 전국적으로 4개에 불과하고 성폭행 신고부터 상담, 치료 등을 한 곳에서 처리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원스톱센터'도 전국에 15개가 있으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권 소장은 "우리나라 지역 및 가족 공동체가 많이 해체된 상황에서 이들 여성들은 이웃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서조차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단체가 꾸준히 이들을 보살피는 게 유일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상담원 나무 씨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후견인제'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 검토단계"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애정"이라고 강조했다.


◇ 장애여성은 법 앞에서도 약자 = 현재 여성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처벌규정은 특별법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 302조에서 규정한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 등 두 가지이나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별법 8조에는 '신체 또는 정신상 장애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여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는 형법상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죄로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실제 어느 정도 수준의 신체. 정신적 장애를 가져야 '항거불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이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또 형법 302조는 '심신미약자 간음'을 친고죄로 규정, 피해 여성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돼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여성에게 특히 불리한 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특별법의 경우 '항거불능'이라는 문구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돼 장애여성이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형법과 특별법에 흩어져 있는 관련 규정의 통합과 함께 장애여성 보호를 방해하는 문구의 삭제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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